수표를 잃어버렸을 때 대처 방법 – 분실신고부터 금액 반환까지
(자기앞) 수표와 같은 유가증권을 분실했을 때 가장 먼저 가야 하는 곳은 경찰서가 아니라 은행이다. 분실 수표의 번호와 발행 정보를 확인한 뒤 미지급증명서 발급, 경찰 분실신고, 법원의 공시최고와 제권판결을 거쳐야만 수표에 적힌 금액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 이 글은 본 필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분실 직후부터 최종 금액 반환까지의 행동 요령과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한 매뉴얼이다.
수표를 잃어버렸다면?
만약 (자기앞)수표를 분실했다면? 그래도 다행히 현금과는 다르게, 잃어버린 금액을 다시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처음부터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겠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졌다. 복구할 수 있는 것은 복구해야 가벼운 지갑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잃어버린 수표의 금액을 은행에서 다시 반환받는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여러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이다. 크게 아래의 5단계 절차를 거치게 된다.
- 미지급 확인 (은행)
- 분실 신고 (경찰)
- 공시최고 (법원)
- 제권판결 (법원)
- 수표 금액 반환 (은행)
얼핏 보기에도 꽤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여기저기 왔다갔다도 해야 할 것 같지? 필자의 경우 실제로 약 3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하지만,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먹고 하나씩 진행하면 된다. (단, 아래 설명 중 1~4단계는 반드시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표를 분실했을 때부터 최종적으로 금액을 반환받기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으니, 이 글을 참고하면 훨씬 수월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1. 일단 은행으로 달려간다 – 미지급증명서 발급
신분증을 가지고 은행으로 달려가는 것이 최 우선이다. 경찰서에 분실신고를 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수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사고신고를 하고, 해당 수표가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는 미지급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다. 근처에 있는 가까운 지점에 방문하면 처리가 가능하다.
은행 창구에 가서 수표 분실신고를 하러 왔다고 하면 (아마도 ‘처음 해보는 업무에요’라는 말과 함께) 사고신고서를 작성하라고 한다. 사고신고서에는 수표번호와 수표금액, 발행일, 발행자를 기재해야 한다.

알고 있다면 그대로 적으면 되고, 모른다면 수표 인출 기록을 바탕으로 잃어버린 수표의 번호와 발행 지점명을 조회하면 된다. (필자의 경우 은행 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고신고서는 ‘수표에 문제가 발생했으니, 누군가 이 수표를 가지고 오더라도 돈을 주지 말라’고 은행에 요청하는 문서인데, 추가적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
- 혹시 먼저 수표가 들어와서 돈이 지급됐다면? 은행은 책임 없음
- 5일 안에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이 수표 가져온 사람에게 걍 돈 줘버릴 거임
- 이것 때문에 법정 다툼이 생기면, 비용은 니가 다 내야 한다.
- 그리고 법정 다툼을 진행하며 니가 돈 떼먹을 수 있으니, 미리 보증금 내 놓고 가
고객님~ 고객님~!
저를 믿고 돈을 맡겨 주세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딴 소리를 외쳐대던 은행의 진짜 속 마음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고신고서를 작성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①수표번호 ②금액 ③발행일자 ④발행 지점명이 기재된 미지급증명서를 발급받게 된다.

타 은행의 경우는 다를 수 있으나, 우리은행의 미지급증명서는 사고신고서 하단을 절취한 형태였다. 이후 제출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므로, 미리 A4 용지에 복사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5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5일 안에 다음 단계들을 모두 진행해야 한다.
2. 경찰서로 가자 – 분실신고서 작성
이제 경찰관서를 방문할 차례다. 은행에서 발급받은 미지급증명서를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에 가서 분실신고서를 작성하러 왔다고 말하면, 양식 하나를 건네줄 것이다. 해당 양식에 필요한 내용을 차분히 작성하면 된다.
분실신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표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미지급증명서에 기재된 수표 관련 사항을 빠짐없이 그대로 옮겨 적어야 한다. 즉, 다음 항목들이 반드시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 분실 수표의 수표번호
- 분실 수표의 액면가액
- 분실 수표의 발행일
- 분실 수표의 발행 지점
- 분실 수표의 총 수량
- 분실 수표의 총 금액
이 항목들이 하나라도 누락될 경우, 다음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작성해 오세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주어진 시간이 단 5일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말 그대로 피가 마르고 속이 타는 기분이 든다.
본 필자의 경우, 이 분실신고서를 무려 세 번이나 다시 작성하고 보정서까지 제출해야 했다. 그때마다 다시 경찰서를 오가야 했고, 그 과정 자체가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분실신고를 마친 후에 분실신고서를 발급받는다. 이때 반드시 접수자의 도장이 찍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도장이 없다면 법원 제출을 위해 도장이 필요하니 찍어달라고 요청한다.

이러한 이유로 LOST112 신고 여부와 상관 없이, 수표 분실신고는 반드시 방문 접수로 진행해야 한다.
3. 법원에 가자 – 공시최고 신청
잃어버린 수표를 사용한 사람이 없고(미지급증명서), 내가 수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분실신고서)는 근거를 준비 했으니, 이제는 수표를 무효화 시키는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이를 공시최고 신청이라 하며,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이루어 진다.
앞서 발급받은 미지급증명서와 분실신고 접수증을 챙겨 가까운 법원으로 간다. 민사 민원을 담당하는 창구에 가서 ‘공시최고 신청을 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하면, 담당자가 신청서 양식을 건네줄 것이다.
본 필자는 인터넷을 뒤져서 공시최고 신청서를 미리 작성해 갔었지만, 쓸모 없는 일이었다. 창구 담당자 왈,
양식이 맞지 않아 다시 써야 해요.


실제로, 법원에서 제공해 준 양식을 보면, 집에서 절대 혼자서 만들어 갈 수 없는 정보들이 들어간다. 법원 창구에서 제공해 준 신청서 양식을 작성 한 후, 법원 근처의 은행으로 가서 비용을 납부한 다음, 수입인지를 첨부해 다시 법원 창구에 제출한다.

공시최고 신청서, 접수증명원, 수입인지, 그리고 미지급증명서와 분실신고 접수증까지 모두 제출하면, 재판 날짜와 사건 번호가 기재된 공시최고신청서 접수증명원과 기일통지서를 받게 된다.


이제 손가락 빨면서 재판 날짜까지 기다리면…. 될 줄 알았지? 아직 끝이 아니다.
4. 다시 은행에 가자 – 접수증명원 제출
법원에서 받은 공시최고 신청 접수증명원을 1장 복사해 은행에 제출한다. 필자의 경우 수표를 발행한 발행점에 찾아가 접수증명원을 제출했다. 평범하게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다, 창구에 가서 공시최고 접수증명원 제출하러 왔다 말하고 접수증명원을 전달해 주면 된다.
사고신고를 하고 5일 안에 이 단계까지 와야 비로소, 수표에 대한 실질적인 지급 정지가 이루어진다. 이 기한이 넘어가면 은행에서 임의로 수표 금액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진다.(위의 사고신고서에 적힌 내용을 다시 한번 잘 봐라) 이제부터는?
이 단계까지 마쳤다면, 손가락 빨면서 재판날까지 기다리면 된다.
5. 다시 법원에 가자 – 제권판결
열심히 손가락을 빨아 지문이 희미해질 즈음이 되면, 기일통지서에 적힌 재판 날짜가 다가온다.
그동안 법원에서는 ‘내가 잃어버린 수표는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한지 제출한 증거 자료들을 검토하고, 이 수표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아마도 이 수표를 주은 놈에게 수표를 받았을) 다른 사람이 있는가 살펴본다. 이를 위해 법원 입구나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려 놓고 일정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재판 당일 아침까지 별 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면 이 수표는 무효다!라는 선고가 이루어 진다.
기일통지서에 적힌 시간에 맞춰 해당 법정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문이 열리고 재판정으로 입장할 수 있다. 특별히 준비하거나 뭔가를 할 일은 없다. 판사 입정에 일어나 예를 표하고, 내 이름을 부르면 앞에 나가서 판결을 듣고 판결문 종이를 받아 나오면 된다.

6. 드디어! 내 돈!!!
판결문을 들고 은행으로 가서 판결문을 주면, 드디어 잃어버린 수표에 적힌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사고신고를 작성할 때 먼저 납부했던 공탁금 역시 함께 돌려받게 된다.
7. 치킨 주문
길고 복잡하고 신경 쓰이던 여정이 마침내 끝이 났다. 수표를 잃어버려 고생한 나 자신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며, 소소한 축하의 시간을 가져보자. 축하한다!
8. 뱀발
본 필자는 이 글에서 ‘금액을 돌려받는다’, ‘금액을 반환받는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수표는 현금이 아니다. 수표는 ‘이 종이를 가진 사람에게 여기 적힌 돈을 줘라’라는 일종의 요청서에 더 가깝다. 내 예금을 수표로 인출해 통장 잔고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은행에서 현금이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건넨 수표가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야만, 그제서야 실제로 현금의 이동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만약 수표를 잃어버린 상태로 반환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분실신고만 해 두었다면, 그 돈은 붕 떠버린 돈이 된다. 누군가가 주운 수표를 사용했다면 그 사람을 찾아 돈을 돌려받을 수도 있겠지만, 주운 수표를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결국 수표는 찢겨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고, 내 돈은 수표를 찾는 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수표 발행 은행에 묶이게 된다. (이후의 행정 절차는 필자 역시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이다.)
혹, 수표를 잃어버렸다면, 귀찮고 소액이라 느껴지더라도 본 필자의 글을 참고하여 되찾아 보는 것을 권하는 바이다. 내 돈을 돈 많은 은행에 (그것도 아마 영원히) 묶어 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 법알못인 필자는 직접 법원에 찾아가서 접수하는 절차를 거쳤으나, IT 강국 대한민국에는 전자소송이라는 편리한 제도도 운영 되고 있어, 생각보다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혹시라도 수표를 잃어버려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분들에게 본 필자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화이팅.